6월의 바람은 유독 묵직하다. 조국의 산천을 피로 물들이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터전을 안겨준 선열들의 숨결이 머무는 달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올해 우리가 마주한 보훈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무겁다.
“헌신에 대한 예우는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추념사는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근본 이유와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엄숙히 선언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자신을 던진 이들에게 ‘특별한 보상과 예우’를 다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마땅히 지급해야 할 가장 신성한 채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는, 내가 쓰러지더라도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을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보훈이 바로 서지 않는 나라는 위기의 순간에도 아무도 총 칼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오랫동안 이 상식적인 정의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동안, 일제에 나라를 팔아 배를 불린 이들의 후손은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는 현실을 목도해 왔다. 이러한 비정상은 공동체의 도덕적 근간을 뒤흔들고, 청년들에게 “정의롭게 살면 손해”라는 냉소주의를 심어주는 치명적인 독소였다.
그렇기에 이번 추념사에서 언급된 ‘친일재산귀속법’과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을 철저히 조사·환수해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은 국민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는 해방 이후 우리가 완수하지 못했던 역사의 청산(淸算)이자, 무너진 사회 정의를 바닥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다.
역사의 죄과를 묻는 일은 보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본보기’다. 불의하게 얻은 부와 권력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국가와 역사 앞에 환수된다는 강력한 선례를 남겨야만 한다. 그래야 차세대가 역사의 이정표를 잃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독립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 목숨을 바친 선열들이 원했던 나라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나라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였다. 이제 우리는 선열들의 그 숭고한 정신을 가슴에 담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으로 답하고, 민족을 배반한 부당한 유산은 철저히 도려내는 것. 이 엄격한 상식이 지켜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그 어떤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대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인기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