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엄격한 조건 아래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일베처럼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와 과징금 부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사안을 국무회의에서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온라인 플랫폼을 거론하며 폐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발언 배경에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의 조롱성 행위가 알려지며 혐오 표현과 온라인 커뮤니티 책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불거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역시 맥락은 다르지만,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비극을 가볍게 소비하거나 희화화하는 문화가 공분을 불렀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조롱과 혐오가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쟁점은 특정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수년간 반복돼 온 희생자 비하와 지역·세대·성별 갈등 조장, 정치적 적대감 확대가 한국 사회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에 대한 질문에 더 가깝다.
일베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정 지역 비하와 여성 혐오, 사회적 참사 희생자 조롱 등은 오랜 기간 비판 대상이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표현의 자유”와 “일부 이용자의 일탈”이라는 반론이 나왔지만, 혐오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생산·확산되고 이것이 웃음이나 공동체 정체성의 일부로 소비되는 구조 자체가 사회 문제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는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 일상화될수록 사회적 낙인은 강화되고 극단적 대립은 심화된다.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증폭된 혐오가 현실 정치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국내외에서 반복돼 왔다.
다만 혐오 표현 규제가 곧바로 사이트 폐쇄로 이어지는 문제는 별개다. 현행 법체계에서 특정 커뮤니티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 등 헌법적 쟁점을 동반한다. 폐쇄 여부만을 앞세운 접근은 오히려 논의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보다 플랫폼이 혐오 확산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가 혐오를 ‘유머’와 ‘놀이문화’로 소비해 온 관성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에 있다. 혐오를 방치한 대가가 사회적 분열이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일지 모른다.
정치권 논의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와 별개로, 일베 논란은 한국 사회가 온라인 혐오를 더 이상 주변적 문제로만 취급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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