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의 핵심은 공적의 진위와 자격 유지 여부다. 공적이 허위로 밝혀졌거나 형사처벌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는 기존에도 취소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국가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까지 사실상 판단 기준에 포함됐다. 이는 기존 법적 기준을 넘어 역사적·윤리적 판단까지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 사망 이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며 본격화됐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에 가담했던 그는 생전 다수의 훈·포장을 받았으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유지돼 왔다. 일부만 박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폭력 가해자에게 부여된 명예를 그대로 둘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SNS에 국가폭력 가해자에 대한 훈·포장 박탈을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나아가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는 서훈 취소에 그치지 않고, 과거사 책임을 법적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날 대통령이 언급한 제주 4·3 사건 역시 이번 논의의 역사적 배경을 보여준다. 해당 사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대규모로 희생된 대표적 사례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국가폭력 전반을 다시 바라보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쟁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논란은 판단 기준이다. 당시에는 합법적 공무 수행으로 인정됐던 행위가 현재 기준에서는 인권 침해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행위를 현재 기준으로 재단하는 ‘소급 판단’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어디까지를 국가폭력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취소 대상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치적 해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사 정리가 정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정권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정치적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에 향후 조사와 취소 절차에서 객관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이번 조치는 과거 국가폭력에 대한 재평가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경찰의 전수조사 결과와 이후 정부의 판단은 한국 사회가 국가폭력의 역사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어떤 기준 위에서 설정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인기기사
|